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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는 팬텀(PHANTOM)의 한 축인 한해가 솔로 아티스트로서 발표하는 첫 번째 결과물이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8곡에 걸쳐 자신만의 이야기 전개 방식과 유려한 플로우를 마음껏 뽐냈다. 좀 더 드넓은 판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게 된 셈이다. 특히나 그는 곡에 담아낸 스토리를 전개해나가기 위해 디테일한 표현들로 가사를 구성했다. 이는 이전까지는 쉽게 발견할 수 없었던 부분이며, "끊어줄래" 같은 솔로곡에서나 살짝 확인해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 한해의 능력은 "계산은 냅둬", "오버액션", "따뜻하게", 타이틀 곡 "올해의 남자"와 같이 상황을 묘사하는 곡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발휘된다. 또한, 남녀관계나 주변 사람들에 관한 헌사를 주제로 한 "가위바위보"나 "365"에서도 그 강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강점 외에도 한해는 "넥 브레이커", "가여워"에서 각각 랩의 경쟁적 요소를 특화 시킨 배틀랩과 자신이 생각하는 'Fake'들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선보이며 래퍼에겐 자존심이라고 할 수도 있는 '스킬'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해낸다. 수위가 높은 언어적 유희나 필터링(?) 없는 거칠고 솔직한 표현들로 무장한 트랙들이 꽤나 수록되어 있으니 솔직함을 기대했다면 앨범은 분명 그 기대에 부응할 것이다. 이렇듯 한해는 이번 작품 내내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한껏 펼치는데, 여기에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의 참여는 앨범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보컬로는 디미너(D.meanor), 뉴데이(New Day)가 참여했으며, 래퍼로는 어글리 덕(Ugly Duck), 디기리, 루이(Louie), 스윙스(Swings)가 참여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참여는 역시 "넥 브레이커"의 디기리다. 디기리는 리쌍과 함께 허니 패밀리(Honey Family)의 멤버로 한국 힙합 1세대 중 가장 개성이 뚜렷한 래퍼다. 그는 2003년 [리듬의 마법사]를 발표한 이후로 사실상 씬에서 자취를 감췄었다. 하지만 단 한 장의 앨범에 담긴 삶의 감성을 아련하게 표현한 가사와 프로덕션, 제목인 "리듬의 마법사"처럼 말 그대로 리듬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플로우 디자인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디기리다. 그런 그가 선택한 복귀작이 "넥 브레이커"이며, 트랙은 어글리 덕까지 총 세 명의 래퍼가 들려주는 타이트한 배틀랩으로 꽉꽉 채워져 있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참여진이라면 역시 새로운 얼굴인 디미너와 뉴데이다. 디미너는 지난해 5월 발표된 플라이 투 더 스카이(Fly To The Sky)의 9집 앨범에도 참여한 재능 있는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앞서도 언급한 타이틀 곡 "올해의 남자"와 기리보이(Giriboy) 특유의 미니멀하고 감각적인 프로덕션이 빛나는 "따뜻하게"에 참여해 얇은 목소리 속에서 느껴지는 섬세함과 은근한 힘으로 한해와 함께 했다. 뉴데이의 경우에는 지난해 "Birthday Suit", "움직임", "PARTY"까지 총 세 싱글을 통해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였으며, 한해의 이번 앨범에서는 "오버액션"에 참여했다. 참여진에 이어 프로덕션도 살펴보면, 앞서 잠시 이야기한 기리보이도 있지만, 키겐(KIGGEN), 리시(LISH), 에스브라스(ASSBRASS), 김박첼라도 함께 했다. 대부분 트랙이 신디사이저를 기반으로 하며, 미디 시퀀스를 통해 만들어져 세련된 인상을 주며, 기본적으로 메인스트림 사운드를 지향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프로듀서들의 개성이 잘 녹아 있는데, 그래서 각 곡이 지닌 사운드스케이프가 인상적이다. 키겐은 언제나 그렇듯 팬텀 음악 특유의 상쾌하고 신선한 신스와 드럼 톤으로 승부를 본다. 에스브라스는 오래전부터 미디 시퀀스 작법에 능통한 면모를 보여온 프로듀서인데, 에서도 고스란히 그 면모가 드러난다. 특히, 그는 "넥 브레이커"에서 신스를 짧게 짧게 미니멀하게 쓰며 긴장감을 유발시키며 비트를 세련되게 가져갔다. 일명 '싸이퍼용 비트'라고도 할 수 있는 보통의 배틀랩 넘버들이 둔탁한 드럼과 샘플링 작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고전적인 비트를 기반으로 하는 걸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차별화된 부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두드러지는 프로듀서는 단 한 곡 참여했지만 가장 스타일이 다른 프로듀서 김박첼라다. 김박첼라가 프로듀싱 한 "365"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만큼 피아노와 일렉트릭 기타를 활용해 비장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평소 어쿠스틱 악기를 잘 활용하는 김박첼라의 특징이 잘 묻어난 곡이다. 참여진과 프로듀서진까지, 길게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건 이 모든 게스트는 한해가 솔로 아티스트로서 만들고자 했던 음악을 함께 빛내준 조력자들이며, 메인은 한해라는 래퍼란 점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의 랩 스타일은 단기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스타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래퍼의 기본은 어쩌면 정확한 발음과 안정적인 톤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온전히 전개해나갈 수 있느냐가 아닌가 싶다. 그 점에서 한해는 기본기가 탄탄한 래퍼다. 그는 라는 한 장의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가사를 보지 않고도 곡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했고, 다이나믹하진 않아도 유려하고 안정감 있는 플로우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나갔다. 그러니 그간 팬텀의 음악에 귀 기울여왔다면 이번에는 한해가 들려주는 그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by melo from hiph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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