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불나방
순이우주로 [푸른불나방] 밴드 ‘순이우주로’ 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을 본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밴드입니다. 슈게이즈와 포스트록, 80년대 쟁글팝, 00년대 한국 인디 음악에서 영향을 받아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재미없는 비루한 일상이나마 한 글자, 한 글자 담아 일기 쓰듯 음악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지는 않고 재밌을 만큼 합니다. 푸른불나방은 어쩔 수 없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삶의 선택지 속에서 남겨지게 되었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좋았던 일들도 있고 후회가 남는, 지금 생각하면 돌이키고 싶은 결정들도 있지요. 하지만 그 선택을 어떻게 평가하든 그 당시의 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났던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뻔히 어떤 결과에 이를지 알면서 애써 외면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어리석은 일들에 대한 회고이자 변명이며 비웃음이기도 합니다. - 유은결 - '푸른불나방’의 노랫말이 그려내는 것은 분명 불로 날아드는 나방의 위태로운 몸짓이다. 그러나 그 모습에 비해, 연주는 한결 가볍게 들린다. 첫 마디 기타 음색부터가 밝다. 때때로 질주감을 느낄 수 있으며, 기타가 훵크 리듬을 타는 때도 있다. 노래 끝의 솔로도 힘차게 뻗어 나간다. 이렇게 활기찬 연주를 들으면서 타들어 가는 날벌레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푸른불나방’에서는 분신의 고통이나 단말마를 읽을 수 없다. 노랫말에 적혀있는 것은 도리어 기꺼운 태도와 미소 띤 얼굴이다. 분신하는 이가 제 몸을 사르며 느낀다는 안도감과 연주에 감도는 해방감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둘은 썩 가깝지만도 않다. 노래하는 목소리는 다른 악기들만큼 명랑하지 않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어투도 그렇다. 연주에 비하면 한풀 가라앉아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연주의 생기를 완전히 배반하지도 않고, 또 그 경쾌함에 스스로를 순응시키지도 않으면서, 보컬을 통해 전달되는 노랫말은 연주와의 모호한 관계를 이어간다. 내가 보기에 ‘푸른불나방’을 특징짓는 것은 저 관계의 복잡성, 합치와 불합치 사이에 놓인 그 이면성이다. 이 노래를 쓴 은결은 내게 ‘푸른 불나방’을 힘들었던 기억들에 관한 노래라고 소개했다. 스스로에 대한 조소와 후회가 뒤섞인, 그런 마음에 관한 노래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이 노래에서 그렇게 어지러운 심정만을 듣지는 않았다. 만약 이 노래가 후회에 관한 노래라고 한다면, 내가 들은 것은 가장 가혹한 기억 속에서도 생명력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이다. 동시에, 스스로의 괴로움에 취해 들뜨지는 않는 덤덤함이다. 나는 그것을 기타의 밝은 음색과 경쾌한 비트에서 들었을지 모른다. 혹은 불 속에서 지어 보인다는 웃음을 차분하게 노래하는 목소리에서 들었을지 모른다. 어느 쪽이든, 나는 이 노래와 함께 착잡하지만도 해맑지만도 않은 단단한 마음을 생각한다. - 조지환 | 웹진 [온음] - [CREDIT] Produced by 유은결 (센) Guitar by 유은결 (센) Bass by 유은결 (센) Drum Programming by 유은결 (센), 동녘 Mixed, Mastered by 유은결 (센) Vocal by 우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