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끝
* 최백호 선공개 싱글 ‘바다 끝’ 리뷰 다시 한 번 부산에 가면 바다의 끝에 추억을 두고 오련다... 2013년 ‘부산에 가면’으로 인연을 맺은 최백호와 에코브릿지가 다시 만났다. 그저 음악계에 함께 자리한 먼 선후배였던 이들은 노래 한 곡을 마주한 뒤 서로에게 가장 존경하는, 가장 믿고 아끼는 존재가 되었다. 그만큼 두 사람의 만남은 강렬했고 감동적이었다. 서로 다른 시간에 존재했던 ‘부산의 추억’이 마치 타임슬립 스토리처럼 하나로 이어졌고, 최백호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읊조림은 에코브릿지를 통해 시간의 때를 벗었다. 이들은 다시 한 번 큰 시간의 갭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냈다. 최백호의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 “불혹”을 통해서다. 세상의 미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 40. 에코브릿지는 이제 40의 나이에 이르렀고, 최백호는 데뷔 40년을 맞았다. 40이라는 공통분모를 두고 이들은 다시 바다를 선택했다. 선공개 싱글 ‘바다 끝’에는 이들의 40이 맞닿아 있다. ‘부산에 가면’이 한 폭의 그림처럼 추억의 심상을 가득 담았다면, ‘바다 끝’은 소중한 추억의 심상들을 모두 먼 바다의 끝에 내던져버렸다. 일감,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두 곡이지만 전혀 다른 바다의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불혹’을 통해 결국 무언가를 ‘내려놓는다’는 고찰을 담아내려 했다. 40년간 켜켜이 쌓인 추억, 열정 그리고 그 과거의 추억과 열정에 머물고 있는 또 다른 자아를 바다 끝 먼 곳에 두고 오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내려놓음을 허락한 40년 이들의 시간, 내려놓도록 이끌어준 바다라는 공간이 다시 한 번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작사, 작곡, 프로듀싱, 피아노 연주를 맡은 에코브릿지는 ‘최백호의 목소리에 바다를 담았다’라고 곡을 설명한다. 도입부의 정적인 피아노는 고요한 바다의 얕은 일렁임을 그려내며, 바다의 일렁임 위에 떠가는 최백호의 목소리는 지는 해를 바라보며 격정으로 치닫는다. 때에 이르면 태양마저 집어 삼키는 바다의 끝, 그 바다의 끝에 태양처럼 뜨거웠던 만남도 사랑도 추억도 모두 내던져버리고 만다. 두 사람은 이번 곡을 통해 많은 것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여전히 깊이를 더해가는 최백호의 보컬에 최상의 퀄리티가 부여되었고, 곡의 철학적 깊이를 만들어 내는 데에도 성공했으며, 두 사람의 만남이 얼마나 가슴 뭉클한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최백호와 에코브릿지의 콜라보레이션에는 공감을 끊어내는 시간의 잔인함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